
부엌 한켠, 그녀는 조용히 바나나 잎을 자르고 씻고 있었습니다.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.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어떻게 한 사람이 그 모든 짐을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.
며칠 전, 그녀의 오빠 집이 난민촌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으로 불탔습니다. 여러 가지 지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지금 캠프 밖, 남쪽 깊은 숲 속 어딘가에서 숨을 죽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.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, 그 삶이 얼마나 버거울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.
남편은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. 무언가를 계속 보고 있는데, 그 화면은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또렷이 들려옵니다. 총소리. 폭탄 소리. 반복되는 고통의 소리.
“버마(미얀마) 소식이야?” 조심스레 물었습니다.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합니다. “응.”
그 옆에서는 큰딸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고, 막내아이는 형들의 다리 사이를 기어 다니며 까르르 웃습니다. 가장 어린 여동생은 옆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.
다섯 명의 자녀들. 모두 이국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습니다.
그 누구도 부모의 고향 땅을 밟아본 적 없고, ‘로힝야’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현실도 체감하지 못합니다.
이 땅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부모에게 위안이자 아픔입니다.
’감사하죠. 이 아이들이 총소리와 폭탄을 모르고 자란다는 사실에.’
그러나 동시에, 이 아이들이 결코 알 수 없을 부모 세대의 상처와 기억, 그리고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아픔은 여전히 이 가정 안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.
그녀는 제 앞에 따뜻한 피라와 향긋한 차를 내어놓습니다. 한때 알고 있던 ‘고향의 맛’이, 지금은 이 새로운 땅에서 다시 만들어지고, 나누어지고 있습니다. 남편은 조용히 티카를 챙기고 열쇠를 들어 모스크로 향합니다.
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, 그러나 같은 마음으로, ‘평화’를 위해 기도합니다.
함께 기도해주세요
- 미얀마에 참된 평화와 회복이 임하도록.
- 로힝야 자녀들이 복음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도록.
- 슬픔과 상실 속에 있는 로힝야 가정들이 위로자 되시는 하나님을 만나도록.
- 로힝야 민족이 예수님 안에서 영원한 소망을 발견하도록.